본문 바로가기

임시 주거 및 은신처 만들기

전통 부족별 은신처 - 세계 각지 원시 주거 사례 해석

1. 기후·환경에 따른 은신처 진화 - 전통 부족 주거의 탄생 배경

지구 곳곳의 전통 부족들은 각기 다른 자연환경에서 수천 년 동안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독특한 은신처를 발전시켰다. 한파와 폭설이 빈번한 북극권, 폭우와 뇌우가 일상인 열대 우림, 찌는 듯한 더위와 끝없는 바람이 부는 사막, 대초원과 산악의 변덕스러운 날씨―이 모든 환경에는 그에 맞는 ‘최소생존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건축적 해답이 존재한다.
에스키모(이누이트)의 이글루(눈집), 몽골 유목민의 게르(유르트), 아프리카 마사이의 메니아타(흙과 소 똥 벽 오두막), 남미 아마존의 말로카(거대 공동초가), 오세아니아 태평양 연안의 팔라팃 하우스(수상 가옥), 동남아 열대 지방의 롱하우스(장방형 대가족집) 등은 대표적인 전통 부족 은신처 사례다.
이들 구조는 단순한 주거 목적을 넘어 생태계·기후 적응, 공동체의 보존, 기술과 예술의 녹아듦, 그리고 자원을 절약하는 지혜가 응축된 결과다. 예컨대, 투발루·피지 등 태평양 섬 부족들은 강한 햇살과 폭풍, 해충, 썰물·밀물에 대응하기 위해 집을 나무 기둥 위에 띄워 짓는 ‘파일하우스’를 만들었다. 몽골 초원의 게르는 쉽게 해체·이동이 가능하고, 기온 변화에 따라 내부 구조를 조정해 여름과 겨울을 견딜 수 있다. 결국 원시 은신처의 진화는 ‘생존’에서 ‘문화’로,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는 집단의 총체적 전략에서 시작된 것이다.

2. 대표적 부족별 은신처 구조와 건축 원리

각 지역별 대표 부족 은신처에는 ‘기후 적응력’ ‘자원 활용성’ ‘조립·해체 용이성’ 같은 구조적 핵심이 깃들어 있다.
1) 북방 정주민 - 이글루(이누이트)
이글루는 눈 블록만으로 반구형 지붕을 만드는 혁신적 구조다. 두꺼운 눈의 단열과 곡률 곡선의 무게 분산(아치 원리)을 극대화해, 외부 온도가 -40도 아래로 떨어져도 내부는 0~5도를 유지한다. 내부 바닥보다 출입구를 낮춰 찬공기는 빠지고 온기는 머무는 공기 흐름까지 설계돼 있으며, 눈에 박힌 틈새를 손으로 틀어막아 방풍 및 미세 기온 조절을 쉽게 한다.

2) 유목·사막민 - 게르(유르트), 베두인 텐트
몽골 게르는 동그란 틀에 나무 프레임을 짜고, 양모펠트와 방수천으로 다층 외피를 두르는 이동식 주거다. 이동·조립·해체가 2시간 이내 가능해 유목환경에 최적화됐다. 중앙 천장을 개방해 연기·공기·빛을 조절하고, 두꺼운 펠트층이 혹한, 강풍, 비, 잠시라도 찬기류 유입을 막아준다.
아라비아 베두인의 검은 염소털 텐트는 낮엔 환기와 차광, 밤엔 보온의 이중 역할을 누린다. 천장과 벽은 기둥에 걸쳐져 내부 공간 분리도 용이하며, 바람 방향에 따라 출입구 위치도 자유롭게 옮긴다.

3) 열대·온대림 거주민 - 롱하우스, 말로카, 아프리카 흙집
아마존의 말로카와 동남아의 롱하우스는 빗물·해충, 점토성 토양, 강습에 대응해 기초를 땅 위에서 1~2m 띄운다. 대가족 공동체(数십 명~100명 이상) 생활에 맞춰 장방형(롱하우스) 또는 원형(말로카) 지붕을 올리며, 벽체는 죽순, 진흙, 야자잎, 대나무 등 가벼운 소재로 만들고 환기가 잘되도록 벽을 비워두거나 개폐구를 낸다.
마사이 부족의 메니아타는 소의 분변과 흙을 반죽하여 벽을 쌓는 방식으로, 강한 일사와 폭우, 해충, 야생동물 침입까지 동시에 방지한다. 흙벽의 열용량 덕분에 낮엔 설사 40도 이상 열기가 누적돼도 밤엔 내부 온도 하강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전통 부족별 은신처 - 세계 각지 원시 주거 사례 해석

3. 재료, 시공, 공동체 운영 - 생태적 지혜와 공간 규범

전통 부족 은신처의 또 다른 특징은 현지 자연 자원을 100% 활용함과 동시에,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순환적 건축’에 있다.
인류학자들은 부족 은신처에는 “즉채취·즉설치·즉해체” 원리가 깊게 녹아 있다고 본다. 필요 재료는 주변에서 바로 얻고, 사용 후에는 다시 순환(recycle)되어 토지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북방 이글루의 눈, 유목민 텐트의 양모나 염소털, 아프리카의 흙·동물 퇴비, 뉴기니 수상가옥의 야자·대나무, 아마존 롱하우스의 종려·진흙 등 모두가 각 환경의 속성과 밀접하다.

시공법 역시 ‘협업·공동체성’이 뚜렷하다. 부족 은신처는 대체로 가족, 친족, 동료가 함께 힘을 모아 하루~이틀 만에 완성한다. 구간별 역할 분담(뼈대, 외피, 외벽, 천장 덮기 등)이 명확하고, 경험 많은 장인 또는 여성·노인이 구조 핵심을 지도한다. 숙련된 손동작, 공동체 내 가르침, 놀이와 작업이 결합되어 전통이 계승된다.
공간의 배치도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롱하우스는 중앙공간(불, 회합, 의식 공간)과 양측 개별·가족 구역, 창고를 나누며, 게르는 문을 남쪽에(생명과 교류의 상징) 두는 등 보이지 않는 규범·의례가 녹아 있다.
특히 반영구~1년 이하의 주기로 손상 부분을 보수하거나, 계절에 따라 외피를 바꾸는 등 유지 관리·재건 루틴도 일상화되어 있다. 이는 환경 및 자원 보존, 사람들이 자연 그 자체와 하나임을 인정하는 실천적 결과이다.

4. 현대 지속가능 건축과 연결된 전통 은신처의 가르침

21세기 들어 기후 위기, 에너지 전환, 건축 비용 상승, 자연재·로컬 자원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거세다. 이때 세계 각지 전통 부족 은신처는 ‘최적의 환경 적응력’ ‘순환성’ ‘사회적 공유와 안전성’ 등의 원형을 제시한다.
최근 ‘패시브하우스’, ‘에코빌리지’, ‘로컬 생태건축’ 등에서 자주론이 되는 전략의 근간은 바로 원시 주거의 원리―단열 극대화, 자연 환기, 자원 최소 소비, 시공 손쉬움, 건물-토지-사람의 유기적 결합 등이다. 이글루에서 영감을 받은 탄성곡선형 지붕, 롱하우스 구조에서 착안한 개방-공유형 공동주택, 대나무·흙·잔목 재료를 쓴 저에너지 하우스 등이 현대 건축의 대안적 흐름으로 부상한다.

전통 부족 은신처에서 배우는 진짜 ‘생존력’은 단지 고난 속 집짓기 기술이 아니라, 환경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적응과 변화, 순환의 철학, 공동체와 자연의 경계를 지우는 공간감각,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는 인간의 집단적 힘 그 자체이다.
한마디로, 오늘날 우리가 찾는 미래형 주거와 생존의 해법은 이미 선조들의 ‘은신처 안’에서 수천 년 전부터 작동하고 있던 셈이다. 이 출발점에서 영감과 해답을 얻는다면, 지금의 위기 국면에서도 우리는, 보다 강인하면서도 자연과 어울리는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